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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기 위해 퇴사를 결심한 이유
서론
나이 서른넷, 회사를 그만두고 나의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사업 할 아이템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 길이 맞는 길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월화수목금 매일 8시간을 정해진 시간에 근무하는 것만으로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사랑하는 가족이 생겼을 때 매일 이렇게 근무하게 되면 아이의 손을 잡고 학교를 오가는 것도, 함께 여행가는 일상의 작은 시간들을 놓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깨닫은 것들
퇴사를 하고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아직 수익은 없지만 이렇게 생활하면서 깨닫은 것이 있다.
잃어버렸던 낮 시간
회사에서 일할 때 해가 뜨는 낮은 항상 회사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해가 뜨면 출근을 하고, 해가 질때 쯤에 퇴근을 하는 일상. 이제 낮은 그저 내가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전에는 회사가 내 삶의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내 삶의 중심이 되었다. 자연스레 내가 하는 생각들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에 따라 내 삶이 달라지니까.
재택근무를 잘하는 방법이 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히 집에서 일하는 것을 시도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웠고, 정신차려보면 결국 또 쉬고 있는 내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다. 사실 이 부분이 퇴사를 고민할 때 가장 큰 고민이었다.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 퇴사하고 한달이 지난 시점, 이제는 이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오피스 근무와 마찬가지로 재택 근무도 잘하는 방법이 있었다. 내가 잘 알지 못했을 뿐.
공간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공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오피스는 일을 잘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누가 그 자리에 앉더라도 자연스레 일을 할 수 밖에 없게끔. 그러나 집은 처음부터 쉬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 차이를 깨닫고 공간을 오피스처럼 일만 할 수 있도록 바꾸기 시작했고, 이전보다 확연히 능률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방해요소를 치우다.
스스로 일하는 모습을 살펴보니 일에 방해되는 요소가 몇가지 있었다. 새로온 카톡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과 유튜브를 끊임없이 탐색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 이 부분은 귀찮음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카톡을 자주 확인하는 습관을 없애기 위해 항상 다른 방에 두었다. 카톡을 확인하는 것이 귀찮아지니 그 빈도가 확연히 줄었다.
유튜브를 끊임없이 보는 습관은 시청 기록 사용을 중지함으로써 접속했을 때 아무것도 뜨지 않게 만들었다. 작은 변화지만 정말 이 변화로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급격히 줄었다. 유튜브가 영상을 추천해주지 않다보니, 찾고 싶은 자료가 생겼을 때만 검색해서 보고 바로 끌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또 침대 정리를 말끔히 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침대는 쉬는 곳이라서 누워버리면 자연스럽게 쉴 수 밖에 없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정리를 말끔히 하고 나오면 다시 눕고 싶지가 않다.
끊임없이 관심사에 대한 책을 보는 것도 중요했다. 이야기를 통해 돈을 버는 방법,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들을 접하게 되면 자연스레 나도 돈을 버는 방법들을 생각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의 하루를 무엇으로 채우는지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를 결정하는 것 같다.
혼자서 일을 하다보니 내가 뭔가를 해냈을 때 축하해 줄 사람도 없고, 업무 효율이 떨어졌을 때 알아채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항상 두꺼운 작은 카드에 해야하는 일과 끝낼때까지 걸린 시간을 적어둔다. 하루가 끝났을 때 오늘 하루 내가 어떤 일들을 했는지 카드를 읽어보면서 업무 효율을 체크할 수도 있어서 좋다. 또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세세하게 적혀 있기 때문에 일을 시작할 때 어디부터 시작하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일을 시작할때는 자리에 앉아서 앞에 있는 카드를 읽고 시작하면 되기 때문이다.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이 방식이 업무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일을 할 때는 항상 구글홈 타이머를 사용한다. 집중력이 좋지 않을 때에는 일을 시작할 때 "헤이 구글, 10분 타이머" 라고 말하고 집중을 시작한다. 10분이 지나면 구글홈이 "띠리리링~" 소리를 내면서 알려주기 때문에 그저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고, 말로 하다보니 시간 설정도 편하다. 그렇게 익숙해지면 점점 시간을 늘려서 적절한 시간을 선택하면 된다. 지금은 25분 일을 하고 5분씩 쉬고 있다.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계속 일하면 몸이 뻐근하고 아파오는데 잠깐 잠깐 쉬어주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일할 수 있다.
나라는 사람의 특징과 맞지 않았다.
직업이 개발자이다보니,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한다. 그래서 나는 제품에 애정을 가지고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결과물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회사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때는 애정을 가지고 할 수 있지만, 어느 순간 애정이 사라지게 되면 능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투자에 관한 제품을 만들었는데, 내가 투자를 멈춘 순간 애정이 사라지게 되었는데, 문제는 회사이기에 일을 계속 해야만 했다.
내 사업은 어떨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다보니 그런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하는 생각들로 가득차 있을테고, 돈을 벌게 되면 모두 나의 수익이니 애정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조금이라도 일찍
낯선 길에 발을 내딛는 것은 언제나 두렵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두려움보다는 어색함에 가까운 것 같다. 해보지 않은 일이라 어색한 것일뿐, 결국 꾸준히 하다보면 익숙해진다.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서 스스로의 사업을 해보는 것, 두려운 것이 아니라 단지 어색한 것 뿐이었다. 하지만 어색함에 익숙해지려면 언제나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일상의 소소한 작은 시간들을 놓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고 이는 언제까지나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결국 가야하는 길이라는 뜻이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더 늦기 전에 조금이라도 일찍 그 길을 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아직은 얼마든지 길을 바꿀 수 있고, 시행착오를 충분히 감당할 여력도 있으니까.